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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00년에 걸친 요리의 진화, 바게트(Baguette)
바게트는 바삭바삭한 빵 껍질과 통풍이 잘 되는 내부를 가진 프랑스의 빵으로 프랑스의 주식이며, 막대기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주식, 밥과 같은 위치로 프랑스인들의 주식은 캉파뉴였지만, 1700년대 프랑스의 밀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제빵사들은 새로운 빵에 대한 생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재료의 부족에 직면하여 오랜 고민 끝에 제빵사들은 모든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빵, 바로 바게트를 개발해 냈습니다. 당시 프랑스의 계급사회에서는 귀족은 밀로 만든 빵을, 귀족이 아닌 민중들은 호밀이나 귀리로 만든 빵을 먹고 있었습니다. 현재는 웰빙시대라 해서 호밀이나 귀리로 만든 빵을 더 많이 찾는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프랑스혁명을 통해 자유와 평등, 박애의 슬로건을 이루게 되면서 귀천에 상관없이 규격화된 바게트를 모두가 먹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단순 먹거리를 넘어 자유와 평등이라는 혁명적 이상을 구현하면서 경제성과 단순성은 혁명 그 자체였습니다.
2. 식품법으로 정해진 바게트의 재료 및 베이킹 방법
완벽한 바게트를 만드는 데에는 예술성과 과학, 세대를 거쳐 전해지는 비법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프랑스 식품법에 의해 재료는 밀가루, 소금, 이스트, 물 딱 4가지 재료만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 4가지 재료 외에 다른 재료들이 첨가되어 만들어진 빵들은 법에 의해 바게트로 명명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도 전통 바게트라고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는 전통 효모를 넣어야 하는데 이스트를 넣은 바게트보다 발효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나기에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야 합니다. 절대적으로 계란, 버터, 식용유 등 어떠한 첨가물은 바게트라는 이름 아래 허용되지 않습니다.
바게트를 만드는 방법은 첫 번째로 이스트부터 활성화시켜줘야 합니다. 작은 그릇에 따뜻한 물과 건조된 이스트 섞어 5분간 둡니다. 그동안 큰 양푼에 밀가루와 소금을 섞은 후 가운데에 구멍을 내줍니다. 그 구멍 안으로 이스트와 섞은 물을 부어주고 서로 엉겨 붙을 때까지 부드럽게 저어줍니다. 잘 엉겨 붙었다면 밀가루를 도마 위에 뿌려주고 반죽이 부드럽고 탄력 있게 될 때까지 10분간 치대 줍니다. 이 과정에서 바게트의 쫄깃함을 만들어주는 글루텐이 형성됩니다. 반죽이 잘 되었다면 반죽에 기름을 살짝 바른 그릇에 젖은 천으로 덮어 따뜻한 방 한편에 크기가 2배로 될 때까지 1차 발효해 줍니다(대략 1시간 30분 정도 소요). 1차 발효가 끝났으면 반죽 내에 존재하는 가스를 잘 빼주고 2개의 반죽으로 잘라줍니다. 긴 직사각형의 형태로 잡아준 후 원통형으로 굴려줍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게트의 모양으로 잡아준 후 베이킹 시트에 올려주고 젖은 천을 덮고 1시간 정도 2차 발효를 시작합니다. 발효하는 동안 오븐의 230℃로 예열시켜 줍니다. 2차 발효까지 끝났다면 바게트 반죽 위를 대각선으로 칼집을 내줍니다. 구워지는 동안 적당히 팽창할 수 있고 외관 또한 보기 좋게 됩니다. 예열된 오븐에 넣어 25분간 아름다운 황금빛이 될 때까지 구워주는데 중간중간에 증기생성을 할 수 있게 물을 뿌려줍니다. 다 구워진 바게트는 15분 정도 식혀준 후 버터나 치즈, 발사믹 식초가 들어간 올리브유를 곁들여 주시면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아름다운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3. 전 세계로 뻗어나간 바게트에 대한 반응
바게트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념 속에서 탄생한 빵이지만, 다른 나라로 전파될 때는 자유와 평등의 의미가 아닌 정복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프랑스가 탐험가들을 통한 제국의 확장을 하면서 그 지역의 토착민의 식습관과 함께 바게트가 퍼져 나갔기 때문입니다. 북아프리카, 특히 알제리와 튀니지 같은 나라에서는 바게트는 엄청난 환영을 받았습니다. 갓 구운 빵의 향이 향신료와 토착 농산물과의 어우러짐은 그들의 일상에 더 이상 없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영향이 동남아시아로 확장되면서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나라에서는 현지 요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독특한 퓨전요리를 탄생시켰습니다. 바삭바삭한 바게트를 반으로 갈라 중간에 구운 고기, 신선한 야채, 소스를 가득 넣은 베트남식 샌드위치인 반미가 대표적입니다. 프랑스의 제국주의가 카리브해에 도달했을 때에는 반주를 곁들이며 열대과일, 스튜와 함께 먹는 식사로 발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는 바게트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탄생하게 되었는데, 버터와 다진 마늘이 가미된 마늘 바게트가 있으며, 짭짤한 명란과 다진 마늘이 들어가 명란 바게트, 녹인 버터 위에 과카몰리를 올린 샌드위치 등이 한국의 현대인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